“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 주제 사라마구.
2008년에 개봉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 영화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국내에서 1998년에 첫 출간되어 2022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24년이 흐르는 동안 쇄를 거듭하며 100쇄 이상을 찍기도 했다.
어느날 갑자기 백색증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이 생긴다. 눈 앞이 깜깜해지는 기존과 달리 눈 앞이 하얗게 실명되는 병이다. 어떻게 전염되는지 알 수가 없는 전염병에 정부는 당황하여 낡은 정신병동에 환자들과 접촉자들을 가둬버린다. 갑자기 실명이 된 사람들은 부족한 지원에 청소도 못하고 상처가 나도 치료하지 못한다. 식량은 점점 부족해지고 병동에 사람은 점점 늘어난다.
이들 뒤에는 바로 그런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해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꾸로 사고 버스의 운전사가 눈이 멀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런 식으로 진실이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으로 위장을 하기도 하는 법이다.
우리가 눈이 멀어서 더 착해졌다고
생각하지는 마. 더 악해진 것도 없잖아요.
하지만 악의 길로 가는 중이야.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 지옥에서, 우리
스스로 지옥 가운데도 가장 지독한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이곳에서, 수치심이라는 것이
지금도 어떤 의미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하이에나의 굴로 찾아가 그를 죽일
용기를 가졌던 사람 덕분이기 때문이오.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요. 어제 행운을 만난
남자가. 그 사람도 오늘은 그런 말을 안할 것
같은데요, 생각을 바꾸는 데는 진짜 희망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죠, 그는 이제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어, 그 희망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래야지.
당신은 자신을 속이고 싶어할 뿐이에요
기억이 우리를 속이는 걸 보면 참 이상도
하지. 이 경우에는 그 이유를 아는 게 어렵지
않죠, 우리에게 제공된 것은 우리가 정복해야
하는 것보다 더 우리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법이니까요.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백색증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그 안에서의 인물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덤덤하게 풀어내는 문체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바닥이고, 사람은 계속 죽어난다.
코로나 시대여서 전염병이라는 더 소재가 몰입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초기에는 사람들을 격리하기도 했고, 보급품도 지원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전염되자 이제 지원 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사그러들지 않았다면 이 책이 현실이 되었을 수도 있다. 실명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공포로 다가온다.
이 책의 감상 포인트는
1. 가장 낮은 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이며 나약하지는가.
2.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힘이 있을 때, 나는 모르는 척 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위해 희생하는 성자가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들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3.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 것 같다.
굉장히 몰입해서 본 소설이지만, 어두운 소설이기에 빨리 읽지는 못했다. 부디 이 내용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강추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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