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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서평

서평/해외소설

by 느지막 2023. 12. 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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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향수' 영화 원작 소설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자(글) · 강명순 번역
열린책들
 


 

읽기 전에

 

2006년에 개봉한 영화 향수의 원작소설이다.
영화는 넷플릭스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다.

 
 


줄거리

 

18세기 프랑스,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생선시장에서 사생아로 버려졌다. 더러운 냄새로 가득 찬 파리에서 그의 몸에서만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악마의 자식이라며 유모에게도 버려지고 감정 없는 고아원장이 있는 고아원에서 길러진다. 성인이 되자 언제 약품에 죽을지 모르는 가죽공장에 보내진다. 
어느 축제날 매혹적인 향기를 가진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는 그 향기를 흡수하고 만끽한 후 소녀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향기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르누이는 향기를 보존하기 위해 향수 만드는 법을 배운다.
 


인상 깊었던 소절

 

그루누이는 이 향기를 소유하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가장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가장 부드러운 마지막 한 조각까지 그는 이 냄새를 속속들이 아아야만 했다. 그냥 단순하게 복합적인 상태로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는 이 성스러운 향기를 뒤죽박죽 상태인 자신의 검은 영혼 속에 각인해 두고 아주 정밀하게 연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 주문(呪文)의 내적인 구조에 따라 생각하고 살고 냄새 맡을 작정이었다. - 1부 70p
 
발디니는 흔들리는 촛불 속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이하고 확신에 찬 태도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한순간 그는 아까 오후에 석양에 붉게 타오르던 도시를 보았을 때처럼 다시 슬프고 비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  1부 131p
 
그르누이는 자기 자신이 바로 알람빅이 되는 상상에 빠졌다. 그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증류액은 더 좋고 더 새롭고 더 독특한 것이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 있어서 그 자신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냄새 맡을 수 없는 그런 정선된 식물들로 만드는 증류액이었기 때문이다. - 1부 156p
 
비로소 그루누이는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져 내릴 듯한 날씨처럼 18년 동안 그를 짓눌러 온 것이 바로 진하게 뭉쳐 있던 사람들의 냄새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빠져나오고 싶어 한 것은 그냥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바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2부 183p


 

읽은 후에


18세기 프랑스는 상하수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화장실이 없었고, 오물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 오물을 피하기 위해 챙이 있는 모자와 파라솔이 생겼다고 한다. 길거리는 오물과 냄새로 가득했다. 그런 더러운 냄새로 가득한 도시에 냄새가 없이 태어난 그르누이는 애초부터 신이 아니었을까. 그는 인간보다 모든 면이 뛰어났다. 지능은 물론이고, 특히 모든 것을 냄새로 파악할 만큼 후각이 뛰어났으며, 죽을병까지 스스로 치료했다. 마음의 병이 실제 병으로 발현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는 인간에게 애정을 받지 못했고 감정 또한 느끼지 못하지만 인간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모든 스토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결말까지도.

향수는 웹소설처럼 짧은 여러 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장편이지만 단편을 읽는 것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주인공 외의 사람들의 설정도 재밌다. 유모, 무두장이, 향수 제조인 등의 인물들도 다 각자만의 스토리가 있다.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고립생활을하며 엄청난 결벽증을 가진 사람인데, 그런 특징이 주인공인 그르누이에게 녹아들어간 것 같다. 그는 공개 석상에 나와야하는 시상식은 수상조차 거부했다고 한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장자크 상페가 삽화를 그린 《좀머 씨 이야기》, 조여정이 추천한 《깊이에의 강요》 등의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향수가 잔인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책은 그렇게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살인 장면도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제 영화를 다시 한번 볼 예정이다.

 

 
향수
『향수』. 고전들을 젊고 새로운 얼굴로 재구성한 전집「열린책들 세계문학」시리즈. 문학 거장들의 대표작은 물론 추리, 환상,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까지 다양하게 소개한다. 소설에 국한하지 않고 시, 기행, 기록문학, 인문학 저작 등을 망라하였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참신한 번역을 선보이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했다. 또한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을 사용하고,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양장 제책으로 만들었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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