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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를 읽고

서평/국내소설

by 느지막 2024. 4. 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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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스토리 요약

 

빨간열매

 

아버지는 자기를 화장하고 나면 남은 유골을 화분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었다.

 

과도를 살짝 갖다 대자마자 잘 익은 그놈은 반으로 쩍 갈라졌는데 새빨간 속살이 꽤나 맛있어 보였다. 나와 P는 각자 한조각씩을 들고 하나, 둘, 셋에 입에 쏙 집어넣었다. 몰캉몰캉 향긋한 맛에 달콤한 과즙이 풍부해 우리는 눈을 동그랑게 뜨고 맛있다, 하는 표정을 교환하며 턱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화분에서 나무가 되어 부활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이야기.

 

 

둥둥

 

연예인에게 인생을 바치다 교통사고로 물 위에 둥둥 떠 회상하는 이야기.

 

 

손톱 그림자

 

나로 인해 죽은 전남친이 손톱을 타고 귀신이 되어 내 신혼방에 나타났다.

 

 

왜가리 클럽

 

반찬가게가 망해서 나는 왜가리를 관찰하게 되었다.

 

 

브로콜리 펀치

"그 친구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아."
"무슨 마음고생이요?"
묻자 할아버지는 또 한참 입을 다물고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결국 한숨을 푸욱 내쉬기만 했을 뿐이었다. 안필순 할머니가 대신 말을 이었다.
"우리 젊었을 때도 고런 몹쓸 병이 종종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버얼건 고추가 되고 그랬지, 응. 그게 다 마음에 짐이 커서 그런다.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으응,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

 

남자친구 손이 브로콜리가 되어 회복하는 이야기.

 

치즈 달과 비스코티

 

쿠커의 어깨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 때문이에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니, 됐고 그냥 여기 가만히 서 있으라고요."
그러자 쿠커는 큰 소리로 흐느끼며 외쳤다.
"치료사님께 얘기 들었어요. 돌이랑 대화할 수 있다면서요? 지금 잃어버린 돌도 당신 친구죠? 정말 미안해요. 난 당신 말 다 믿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그 순간 내가 차로 달려가려던 발걸음을 멈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록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같은 꼴을 한 정신병자였지만, 생전 처음으로 나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쿠커가 거기서 조금이라도 움직일까
봐 겁이 났던 걸까?
"정말 미안해요. 난 이해해요. 다 이해한다고요."
지금이라도 쿠커의 다리를 부러뜨려 여기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빨리 차로 달려가는 게 좋을지 혼란스러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콧은 물 밑에서 괴로워하며 하류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주인공과 절친한 친구인 돌 스콧.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만난 친구 쿠커의 이야기.

 

 

평평한 세계

 

새엄마와 살다 죽어서 귀신이 되어버렸는데 문을 열 힘조차 없다.

 


이구아나와 나

 

전남친이 버리고 간 이구아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소원이 있는데요.."

 

 


 

 

빨간 열매 한개만 읽고 나면 "와 이게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편한 문장에 안심한다.

같은 장르의 환상 소설집인《저주 토끼》에서 공포를 뺀 느낌도 나고 《달까지 가자》의 밝은 느낌도 난다.

삶이 지루할 때, 상상력이 필요할 때 꺼내보면 좋을 책.

 

모든 소설이 흥미로운 느낌이 아니라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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