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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밝은 밤> 후기 및 서평

서평/국내소설

by 느지막 2023. 9. 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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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뜨거운 문제의식으로 등단 이후 줄곧 폭넓은 독자의 지지와 문학적 조명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문화계 프로가 뽑은 차세대 주목할 작가’(동아일보) ‘2016, 2018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교보문고 주관) ‘독자들이 뽑은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예스24) 등 차세대 한국소설을 이끌 작가를 논할 때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히 떠오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던 최은영 작가는 2019년, 예정돼 있던 소설 작업을 중단한 채 한차례 숨을 고르며 멈춰 선다. 의욕적으로 소설 작업에 매진하던 작가가 가져야 했던 그 공백은 “다시 쓰는 사람의 세계로 초대받”(‘작가의 말’에서)기까지 보낸 시간이자 소설 속 인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밝은 밤』은 그런 작가가 2020년 봄부터 겨울까지 꼬박 일 년 동안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다듬은 끝에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로, 「쇼코의 미소」 「한지와 영주」 「모래로 지은 집」 등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편소설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온 작가의 특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출간된 2016년의 한 인터뷰에서 장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엄마나 할머니, 아주 옛날에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라고 말했던바,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갈 때, 우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건 서로를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자체가 가진 본연의 힘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은하며 강인한 존재감으로 서서히 주위를 밝게 감싸는 최은영의 소설이 지금 우리에게 도착했다.
저자
최은영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1.07.27


밝은 밤
저자 : 최은영
출판 : 문학동네
출판일 : 2021.07.27
읽은 시기 : 2023.09.08 ~ 2023.09.14





줄거리


주인공인 내가 이혼하고 희령으로 취직하면서 연락이 끊긴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과거의 얘기를 듣는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내가 겪은 시대상. 서로를 보듬어 주면서 서로에게 주는 상처. 그리고 치유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


인상깊은 문장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삶에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그건 사치이기 전에 위험한 일이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같은 의문의 싹을 다 뽑아버리라는 말이었다. (중략) 밀문을 하는 대신에 이렇게 생각하라고 했다.
오늘 지나가는 길에 맞았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혼자 슬퍼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부정 탄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 1부 17%

나는 나의 잔인함에 취해서 그런 엄마를 연민 없이 바라보았다. 금지 된 말을 했다는 것에서 자유를 느꼈던 걸가. 복수의 일격을 즐겼던 걸까.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다. 정신이 돌아오자 나는 엄마에게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두려워졌다. - 4부 80%


읽은 후에

전철에서 e북으로 책을 읽었는데 지하철 사연녀가 되어버렸다. 따뜻하면서도 슬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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